모래 코트 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굵은 땀방울을 흘려온 대한민국 비치발리볼 국가대표 신지은이 경기복을 둘러싼 원색적인 비난과 악플을 딛고 국제 대회에서 값진 투혼을 선보였다.
아시안게임 첫 승리와 16강 진출… ‘디펜딩 챔피언’ 중국 만나 아름다운 완주
김정아와 호흡을 맞춘 신지은은 28일 일본 아이치현 헤키난 료쿠치 비치 코트에서 펼쳐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비치발리볼 여자부 16강전에서 아시아 최강이자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중국의 샤신이-옌쉬 조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0-2(6-21, 12-21)로 경기를 마쳤다.
비록 강호의 높은 벽 앞에 8강 문턱을 넘지는 못했으나, 신지은-김정아 조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남녀 4개 대표팀 가운데 유일하게 조별 예선을 뚫고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아시안게임 무대 첫 승리와 본선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값진 이정표를 세우며 한국 비치발리볼의 저력을 증명했다.
“비키니는 규정이 아닌 선택이자 멋”… 쏟아지는 악플에 당당히 맞서
배구 명문 대구여고 시절 V리그 신인 드래프트 지원서를 냈을 만큼 촉망받던 유망주였던 신지은은 과감하게 모래 코트로 진로를 전향했다. 이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투어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을 거치며 간판스타로 떠올랐으나, 대중의 스포트라이트 이면에는 비키니 유니폼과 외모만을 부각한 악성 댓글이라는 시련이 뒤따랐다.
신지은은 과거 방송을 통해 유니폼에 대한 세간의 왜곡된 시선에 마음고생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비치발리볼에서 반드시 비키니를 입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없으며, 선수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짚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종목의 오랜 전통이자 고유한 멋이라고 생각하는데, 일각에서 ‘노출증 환자냐’, ‘술집 여성 같다’는 식의 무분별한 폄훼 발언을 던져 상처가 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열악한 인프라·스폰서 부재 딛고 투혼… “비치발리볼은 내 운명”
이러한 편견 어린 시선 뒤에서 신지은은 척박한 환경과 치열한 사투를 벌여왔다. 전용 훈련장조차 마땅치 않은 국내 현실과 연맹의 미흡한 지원, 스폰서 부족으로 인해 해외 원정 경기에 나설 때마다 스포츠 지도와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자비로 경비를 마련해야 했다.
과거 4전 전패로 대회를 마치고 은퇴를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으나, 경기 영상이 화제가 되며 생긴 후원사 덕분에 다시 태극마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의 활약상은 국내를 넘어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전역의 주요 매체에 소개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비록 대회를 마치고 불투명한 현실로 돌아가야 하지만, 신지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신지은은 “앞으로의 길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또래 20대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마주하는 고민일 것”이라며 “비치발리볼은 내 운명과 같다. 여건이 허락하고 부상이 없는 한 우리가 가진 열정과 진심을 다해 한국 비치발리볼의 저변을 넓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씩씩한 미소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