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이면을 추적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싼 음모론을 다시 끄집어내는가 하면, 급기야 주연 배우의 외모를 직접 비하하는 원초적 인신공격까지 터져 나오며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는 모양새다.
‘암살자(들)’ 상영 논란… 보수 진영 “역사 왜곡이자 고인 모독”
화제의 중심에 선 ‘암살자(들)’은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으로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주연을 맡은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 당시 육영수 여사가 피격된 사건을 모티브로, 공식 수사 발표와 다른 의혹을 파고드는 기자와 형사의 시선을 그렸다.
당시 정부 특별수사본부는 조총련 지령을 받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으나, 영화는 경호 과정에서의 발포 가능성 및 정권 개입 의혹 등 세간의 여러 가설을 극적 장치로 차용했다. 이에 대해 보수 진영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등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자 고인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며 상영 전면 중단과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제작진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둔 작품이 아니며, 극 중 가설을 역사적 사실로 단정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엉이바위 가상 포스터에 음모론 영상까지… 여권 공세 수위 고조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인사들은 맞불 공세에 나섰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장소를 빗댄 ‘부엉이바위의 진실’, ‘미는자(들)’ 등 온라인 가상 포스터를 게재하며 “정치적 상상력인가, 아니면 선동적 정치 행위인가”라고 비판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 역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서거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좌파의 표현의 자유 논리라면 이 역시 용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상” 주진우 의원 댓글 파문… 도 넘은 인신공격 눈총
가장 큰 파장을 낳은 것은 배우를 겨냥한 원색적 비난이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영화가 나와도 표현의 자유인가”라며 “천인공노할 짓”이라고 맹폭을 가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 ‘스레드’에서 한 누리꾼이 유해진의 과거 출연작들을 거론하며 “북한에 가서 살아라”는 비난 글을 올리자, 주 의원은 해당 게시물에 직접 “북한상”이라는 댓글을 달며 인신공격에 가세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누리꾼이 문제 삼은 유해진의 출연작 대부분은 북한 인물이 아닌 형사나 평범한 촌부 역할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억지 이념 잣대와 무분별한 외모 비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창작물에 대한 비판을 넘어 배우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치달은 이번 사태에 대해 문화계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