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리뷰를 둘러싸고 온라인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센 파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직접 입을 열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 평론가는 비평에서 언급한 특정 문구가 본래 취지와 전혀 다르게 왜곡되어 소비되고 있다고 반박하며, 평론가로서 내린 영화적 판단에 대해 사과하거나 평가를 번복할 뜻이 없음을 확고히 했다.
유튜브 영상 비공개 전환… “단편적 발언만 떼어내 본뜻 왜곡”
이동진 평론가는 지난 30일 개인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전날 오후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제작진 측으로부터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과열되고 있어 지난 9월 25일 게시한 리뷰 콘텐츠를 비공개 처리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뇌관이 된 대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당시 리뷰에서 작품의 완성도와 장단점을 다각도로 짚으며 영화적 견해를 전했다”면서 “그러나 발언 중 ‘그냥 음모론 정도로 치부할 수가 없어요’라는 특정 표현만 따로 인용되면서 발언 취지를 둔 오해와 공방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후설 주장 결코 아냐… 연출적 질문 방식 평가했을 뿐”
이 평론가는 해당 표현의 맥락을 분명히 했다. 그는 “1974년 8월 15일 국립극장 사건 당시 발사된 탄환들의 행방과 소재를 둘러싼 미스터리 등 당시 당국의 공식 발표만으로 풀리지 않던 지점들을 영화가 어떻게 전개하는지 설명하는 흐름에서 나온 말”이라며 “작품 속에 담긴 모든 가설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뜻이 결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욱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라는 주장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발언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관객이 영화를 보며 특정 인물을 암살 배후로 규정하는 해석을 떠올리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내용을 전제로 자신과 영화를 겨냥해 쏟아지는 원색적 비난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과거 다큐 발언 모순 지적에 반박… “극영화와 다큐는 본질적으로 달라”
일각에서 제기된 과거 비평과의 충돌 논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19년 전 다큐멘터리 ‘관타나모로 가는 길’ 비평 당시 제기했던 ‘재연 장면에 따른 위험성’과 모순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장르의 본질적 차이를 짚었다.
이 평론가는 “다큐멘터리는 관객이 눈앞의 사건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감각에 기초하지만, ‘암살자(들)’은 배우들의 연기로 완성된 극영화이자 관객 역시 극화된 이야기임을 인식하고 관람한다”며 동일 선상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고 짚었다. 다만 역사적 사실을 다룬 창작물이 어디까지 허구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건강한 논쟁과 비판은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영화 전체와 리뷰 전반의 맥락을 살핀 뒤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30년 평론 인생 언급… “영화적 평가 철회·사과 없다”
끝으로 이동진 평론가는 평론가로서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영화를 비평해 오며 작품에 따라 상반된 입장의 진영 양쪽으로부터 번갈아 비판을 받아왔다”며 “리뷰에서 밝힌 견해는 현재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개인적 정치 성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 내렸던 영화적 분석과 판단은 지금도 동일하다”며 “리뷰에서 내놓았던 평가를 취소하거나 해당 평가 자체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실제로 밝힌 바와 하지 않은 말이 무엇인지를 기록으로 분명히 남겨두고자 한다”고 단호하게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