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끝났습니다. 당장 튀세요” 오늘자 코스피, 생각보다 심각한 이유

2026년 10월 15일   김주영 에디터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와 인공지능(AI) 수익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라는 ‘이중 충격’에 직면하며 기록적인 패닉셀(공황 매도)을 연출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기록적인 매도 폭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핵심 반도체 대장주가 무너져 내렸고, 양 시장에서는 거래가 일시 마비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코스피 7.5% 폭락·5,500선 턱걸이… 양 시장 매매 중단 ‘서킷브레이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54.59포인트(7.57%) 폭락한 5,554.22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5,673.01로 개장한 직후 낙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5,450.81까지 추락하는 등 극심한 공포 장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장 대비 63.06포인트(7.65%) 밀린 760.82로 주저앉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3원 상승한 1,344.6원으로 마감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투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시장 안정화 장치가 잇따라 가동됐다. 장 초반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코스피(오전 9시 7분)와 코스닥(오전 9시 12분)에 연이어 내려졌다.

오후 들어서도 하락 압력이 꺾이지 않자 정오를 지나 거래 정지 조치인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전격 발동됐다. 낮 12시 23분 코스닥 지수가 8% 넘게 급락하며 먼저 거래가 멈췄고, 12시 38분 코스피 지수마저 8.00% 떨어진 5,528.05까지 밀려나며 20분간 매매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외인 3조 6,000억 ‘탈출 러시’… 미국 CPI 충격·코어위브 채권 급락

이날 시장 붕괴의 진원지는 외국인 투자자의 기록적인 ‘팔자’ 행렬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홀로 3조 6,341억 원어치를 쏟아냈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1조 6,930억 원, 1조 2,886억 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쏟아지는 물량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매크로 지표 악화가 투매를 촉발했다. 전날 공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7%, 전월 대비 0.6% 상승해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공포가 되살아났다.

여기에 글로벌 AI 생태계의 자금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주요 AI 데이터센터 기업인 코어위브(CoreWeave)의 무담보 회사채 유통금리가 15%대까지 치솟으며 채권 가격이 급락, 막대한 부채를 동원해 인프라를 확충해 온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2026~2030년 사이 AI 인프라 투자액(약 7조 달러) 대비 데이터센터 매출(약 3조 6,000억 달러)이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점도 ‘AI 거품 붕괴론’에 기름을 부었다. 설비투자가 실제 현금흐름으로 연결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테크주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조정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투톱·AI 밸류체인 직격탄… 자사주 매입 방패막도 사라져

업종별로는 국내 증시를 지탱하던 반도체와 AI 관련주가 집중 타격을 입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스퀘어, 한미반도체 등 핵심 반도체주에 대량 매물이 출회됐다. 그간 AI 인프라 붐을 타고 급등했던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 인프라주와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IT 부품주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차세대 D램 설계 기술을 앞세워 서버용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는 소식도 국내 메모리 업계의 중장기 수익성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했다.

국내 수급 체력 약화도 낙폭을 키운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그동안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며 지수 하방을 받쳐주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면서 ‘기타법인’의 매수 여력이 급격히 줄었다. 기술적 지지선이 무너지자 손절매성 물량까지 겹쳤다. 이 외에도 방산주는 3분기 실적 불확실성으로, 화장품주는 실적 눈높이 하향으로 동반 약세를 면치 못했다.

증권가 전문가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AI 투자의 실질적 수익 회수 지연, 메모리 반도체 경쟁 심화가 한꺼번에 맞물렸다”며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4.5배 밑으로 떨어져 역사적 저점권에 도달했으나, 할인율 확대와 중장기 실적 신뢰도 훼손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단기적인 강한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